공간과 인간의 주객이 뒤바뀐 삶현대인들의 일상을 들여다보면 참 흥미로운 장면이 많습니다. 우리는 집이라는 공간을 선택할 때 ‘얼마나 넓은가’, ‘수납장이 얼마나 많은가’, ‘가구를 얼마나 들여놓을 수 있는가’를 우선으로 따집니다. 그런데 정작 중요한 질문, “나는 어떤 공간에서 가장 편안하고 자유롭게 살 수 있는가?”는 잘 묻지 않습니다. 그렇게 되면 어느 순간부터 집이 나를 지배하게 됩니다. 집의 구조에 맞추어 생활패턴을 짜고, 공간의 제약에 맞춰 물건을 들이고, 그 안에 나를 끼워 넣으며 살아가게 되는 것입니다.하지만 한국형 미니멀리즘은 이 흐름을 정반대로 바라봅니다. 공간이 내 삶을 지휘하는 것이 아니라, 내가 공간을 지휘해야 한다는 발상입니다. 즉, 주거의 주도권을 집이나 가구가 아닌 ‘나’에게 ..